펠리체 씨에게,
닷새가 되어서야 도착한 편지, 깔끔한 흰 봉투를 열어보면…
오이팩을 하고 있는 자신의 사진 한 장(…)이랑 곱게 접힌 편지지가 끼워져있다.
안녕하세요, 펠리체 씨!
뭔가 많이 준 것과는 달리 편지는 시작부터 위협적이시네요!
그러시더라도 괜찮지만요. 귀족의 심기를 거슬러봤자 좋은 거 하나 없으니.
편지에서도 보는군요, 펠리체 씨 특유의 단정 짓기.
꽤 오랜만이긴 하지만 그건 정말 안 좋은 버릇인 거 같아요. 정작 당사자인 저는 지금에서 답을 하는데도! 정말 치사해요. 게다가, 어느 쪽이든 무게가 상당하고요. 대체 얼마나 넣은 겁니까?
덕분에 시향만 하는데도 코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답니다. 뭐, 그 결과… 몇 개는 가게와 제 집무실에다가 향이 퍼지도록 뚜껑을 열어둔 게 있지만요. 센스가 정말 넘쳐서 감당 안 될 지경이네요!
···결국 제자리걸음이잖아요?
그렇게 적으시면 먼저 편지를 보낸 사람이 당신 같잖아요!
전 이미 화제를 만들어서 보냈다고요? 노력했다구요! (사거리 마크를 나란히 그렸다.) 그리고 화제가 많아지면 편지지가 남아나질 않겠어요.
책임을 지라니 당연히 걱정이 많을 수 밖에. 하지만, 역시 당신을 책임지기에는 너무 무겁네요! 소개에 관해선 마음만 받는 걸로 할게요. 일편단심이라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한 번 볼 상대를 잘못 잡아서 금방 꺾여버리면 눈물 날 정도로 아프잖아요. 실연은 참으로 고통스럽답니다.
이제 와서 반항기에 진입한 사람처럼 보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많이 심심한가 봐요? 도와줄 생각이 차고 넘친다니. 하지만 이미 황실에 방은 잡아둔 상태라 그러지 않아도 된답니다. 고이 접어두세요~
뭐 이리 비밀이 많답니까? 갈수록 퍼즐이라도 맞추는 기분이 드네요.
수제든 아니든 간에… 누구든지 이해괴한에메랄드 눈에 대해 물어보겠지만.
아무렴요!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일을 옮기고 나면 더욱 사로잡을 게 훤하지 않겠어요?
아니, 전에도 적었다시피 초심은 안 잃었다니까요?!
말로 해도 귀로 안 듣더니, 이젠 글로 적어줘도 눈으로 안 보는건지.
이미 방은 잡아뒀고, 슬슬 짐도 하나 둘씩 옮겨야하니 이만 줄일게요.
심심하면 얼굴이라도 내놓는 것도 좋겠네요.
- 펜체스터 올림.
p.s. 사진 받았죠? 그렇게 쓰는 거예요. 뜬금없이 오이가 있길래 향으로 만들려다 말았나, 싶었는데. 동료 분께서 센스가 좋으시네요! 나중에 감사인사라도 해야겠군요~ 펠리체 씨도 심심하면 한 번 해보세요.
그리고··· 네에, 진짜 올려져있네요. 쓰라고 열심히 만들어서 준 건데 정작 장식품이라니!
퍽이나 고맙군요! 흥.